우리나라 IT기업들이 '깐깐한' 일본의 벽을 넘어서 현지 시장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지난 15일 주최한 '국내 SW해외진출을 위한 글로벌 SW 컨퍼런스'에서 일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사례가 소개돼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일본 SW시장은 국내 건설시장보다 더 복잡한 하도급 구조호 형성돼 있어 초기 진입 장벽이 높다. 특히 시장 규모는 우리에 비해 7배 이상 크지만 기업간 경쟁이 심한 성숙 시장에 진입을 시도할 경우에도 실패하기 쉽다.
틈새 시장과 신시장 개척 등 선점 가능한 분야에 진출하는 것이 중요한 일본 IT산업에 우리 기업들은 인내와 신뢰로 성공 사례를 써내려가고 있다.
◆영림원소프트랩 "의지와 지속적 투자로 기반 마련"
영림원소프트랩(대표 권영범)은 지난 2002년 일본시장에 진출해 올해 최초로 고객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영림원은 일본 경제규모가 국내보다 10배 이상 크다는데 주목했으며 국내보다 SW에 대한 인식과 대우가 높게 형성돼 있다는 점, 패키지 SW시장 규모가 크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일본 진출을 모색했다.
특히 일본 기업과 국내 기업의 조직과 문화 구조의 유사성으로 회사자원관리시스템(ERP) 접근성이 우수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일본 ERP시장은 SAP 및 오라클을 제외하고 경쟁사가 없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했다.
영림원은 2002년 일본 진출을 준비하고 2008년부터 ERP사업을 본격화 해 일본 현지 파트너와 제휴를 맺은 뒤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시장에 진입했다. 8년에 걸친 지속적인 노력 끝에 히다찌 건설 기계 등 일본 주요 기업의 레퍼런스를 확보했으며 P사(화학기업)에 약 3천만엔 규모의 ERP 솔루션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데 성공했다.
영림원 측은 "일본 진출 초기에는 국내와 동일하게 접근해 어려움을 겪었으나 현지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고 분석해 대응방안을 마련했다"며 "주력제품인 ERP시스템을 일본에 맞게 약 2년 동안의 기간을 거쳐 최적화한 뒤 현지 파트너사인 KC컨설팅과 함께 최적화 공동 작업(일본 회계 기준 및 소비세 등을 반영)을 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펼쳤다"고 말했다.
현재 영림원은 일본 내 고객사의 라이선스 공급과 일부 기술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KC컨설팅은 영업, 마케팅, 구축, 유지보수를 모두 전담하는 형태로 파트너십을 가져가고 있다.
◆파수닷컴 "보안시장 틈새 발굴로 시장 선점"
보안업체 파수닷컴(대표 조규곤)은 일본 현지 파트너 제품에 자사 제품을 탑재하는 방식으로 기업용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시장에 진출했다. 2005년부터 일본시장 진출을 본격화 해 히다찌 건설기계 등 일본 주요기업에 대한 레퍼런스를 구축했으며 파트너와의 협력 강화로 유통망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파수닷컴은 동양권 문하와 지리적(동일한 시차) 접근성이 우수하다는 점과 내부 정보보안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크다는 점, 국내 사업의 주요 파트너(LG히다찌)와의 협력 확대로 해외시장 진출에 용이하는 점, 일본 보안 시장은 국내와 달리 자국 기업이 많지 않는 점, 협소한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필요성 등으로 일본 진출을 모색했다.
파수닷컴의 성공 요인은 인내력과 자금력, 기술력을 꼽을 수 있다. 일본 시장 특성 상 고객/파트너와의 신뢰 구축이 최우선이며 이는 장기간이 소요되는 요건이다. 제품 테스트에만 1년 이상 소요되는 특성에도 불구하고 파수닷컴은 지속적인 노력으로 일본 시장을 뚫을 수 있었다.
또 일본 시장 진출 이후 2년 이상 성과를 내지 못했음에도 자사 제품을 알리기 보다 일본 현지 파트너의 솔루션(전자관리문서 시스템 등)에 파수닷컴의 제품을 탑재하는 형식으로 제품을 공급해 자금력 문제를 극복했다.
지속적 품질 개선과 일본 시장에 최적화된 제품 제공, 관련 서비스의 품질 제고 노력 등으로 일본 내 각종 보안 세미나 행사에 참석하거나 개최하며 제품과 기업을 홍보하고 네트워크 구축을 강화해 나갔다.
◆지란지교소프트 "해외 진출의 발판으로 일본 시장 공략"
지란지교소프트(대표 오치영)는 일본에서 스팸차단 솔루션과 보안웹파일 서버를 제공하고 있다. 지란지교는 협소한 국내 시장을 넘어 일본 시장을 발판으로 동남 아시아와 남미, 미국시장으로 확대해나가기 위해 일본 진출을 꾀했다.
지난 2004년부터 일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2007년부터 사업을 본격화해 일본 현지 파트너와 제휴를 맺고 라이선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파트너사와의 협력 체결로 유통망을 확대하고 다수의 중견/중소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지란지교소프트 측은 "일본은 국내 시장보다 보수적이고 안정지향적 시장이며 특히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장시간의 투자와 노력이 중요하다"며 "일본 시장에 맞는 제품을 서비스하기 위해 품질을 개선하고 신시장 및 현지 틈새 시장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지란지교는 일본 TPW와 협력관계를 맺고 아크정보통신과 파트너십을 체결, 자사의 솔루션을 판매, 구축, 유지보수할 수 있는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투비소프트 "주요 고객군별 파트너 구축으로 유통망 확보"
투비소프트(대표 김형곤)는 일본 시장이 진입 장벽은 높지만 수익성 또한 높다는 판단에 지난 2008년부터 현지 연락사무소를 개설하고 1년 뒤부터 사업을 본격화했다.
일본 현지 파트너와 제휴를 맺고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사업을 펼쳐온 투비소프트는 산업별/고객군별 주요 파트너를 확보했으며 올해 최초의 고객사를 만들기도 했다.
투비소프트는 현재 크레스코, 히타치솔루션즈, 노무라종합연구소(NRI), 료모시스템즈 등 4개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이들은 각각 SI, 금융, 공공시장, 임베디드와 스마트폰 등 주요 고객군별로 영업을 펼치고 있다.
투비소프트는 "현지 파트너를 선정할 때는 우리 제품의 카테고리를 잘 이해하는 회사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형 파트너보다는 중견 규모의 민첩성 있고 유연한, 우리 제품을 주력으로 영업할 수 있는 회사가 좋다"고 말했다.
◆미니게이트 "고객분석-사업분석으로 취약점 공략"
유무선 통합 플랫폼 제공 업체 미니게이트(대표 정훈)은 일본 모바일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인 것이 주목했다. 따라서 경쟁 업체가 적다는 점, 시장 진입 기회가 많으며 일본 모바일 시장 콘텐츠가 풍부해 국내보다 시장 성장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을 고려했다.
지난 2009년 자사를 설립해 올해 7월 진출을 본격화한 미니게이트는 유지보수를 지원하는 지사를 설립해 파트너를 통한 채널 영업을 펼치고 있다. 현재 현지 파트너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첫 고객을 확보했다.
미니게이트는 고객 분석과 고객 사업 분석을 통해 취약한 부분을 공략했으며 고객 분석 결과를 토대로 표적 고객을 재정의하고, 표적 고객을 주요 통신사에서 가상이동통신망(MVNO) 사업자, 통신사로부터 서비스를 받고 있는 포털, 중위권 통신사 등에 주력했다.
미니게이트 측은 "한국은 주요 통신사를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하지만 일본 시장은 구조와 문화,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고객과 고객 사업을 분석해 표적 시장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며 "그 결과 공급 계약 체결을 진행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문화와 법규제를 이해하고 인내심을 가져라
이번 컨퍼런스에서 해외 전문가로 초빙된 도쿄 코트라의 다카하시 이쿠무네(Ikumune Takahashi) 전문위원은 "한국 기업의 일본 시장 진출 시 장기적 안목과 현지 특성 맞는 제품 개발 및 공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가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법규"라며 "그중에서도 사내 규정이 중요해 사장이라 할지라도 의사결정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제도인만큼 절차에 맞는 체계적 진출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이 일본 진출 시 실패하는 이유는 장기적 플랜이 없기 때문"이라며 "일본 시장은 신뢰를 중요시 하기 때문에 다른 글로벌 시장보다 더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보다 점진적으로 공략해샤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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